일본이 다시금 실수하지 않기 위한 힌트
글 | 이소다 미치후미
옮긴이 | 이상우
출처 | 『문예춘추(文藝春秋)』2026년 3월호

시바 료타로의 『이 나라의 형상(この国のかたち)』은 일본 사회에 큰 울림을 준 수필집입니다. 일본 정부가 대장성을 재무성으로 개편하던 당시, 총리가 직접 이 책을 언급하며 "이 나라의 형상을 바꾸겠다"고 공언했을 정도입니다. 반대로 야당은 불신임안을 제출하며 "21세기의 ‘이 나라의 형상’이라는 말과는 정반대"라며 현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 연재물은 본래 『문예춘추』의 권두수필로 1986년 3월호부터 1996년 4월호까지 10년간 이어진 글입니다. 시바 료타로 선생은 1996년 2월 9일, 121회 원고를 마친 직후 토혈하여 3일 뒤 72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따라서 『이 나라의 형상』은 그의 유작이자 절필이 되었습니다.
선생은 이 연재를 통해 '일본이란 어떤 나라인가'를 다양한 테마로 탐구했습니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부터 신도, 주자학, 불교, 그리고 통수권까지 주제는 다채롭지만, 그 이면에는 일관된 문제의식이 흐릅니다. 패전 당시 선생은 탄식과 함께 결의를 다졌습니다. '이 나라를 다시는 잘못된 길로 빠뜨리지 않기 위해, 이 나라를 조사하고 기록하겠다'고 말입니다.
그의 결의는 『이 나라의 형상』 제1권 후기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종전 방송을 들은 뒤, 참으로 어리석은 나라에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여기서 '옛날'이란 가마쿠라, 무로마치, 전국시대를 의미합니다. 선생은 이어 에도 시대나 메이지 시대도 돌아보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쇼와 시대의 군인들처럼 국가 그 자체를 판돈으로 삼아 도박장에 내던지는 듯한 무모한 짓을 저지른 세대는 이전 역사를 통틀어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복원(군 제대) 후, 전후 사회에서 먼지에 묻혀 지내는 동안 그는 30대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개인적인 즐거움을 위해서였으나, 점차 자료를 조사하고 집필하며 앞서 언급한 의문을 스스로 밝혀내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습니다. 말하자면, 이 글들은 스물두 살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였던 셈입니다.
『이 나라의 형상』은 집대성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시바 료타로의 소설 전체가 패전 당시 그가 품었던 "참으로 어리석은 나라에 태어났구나",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는데"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나라의 형상』은 그의 절필이자 집대성입니다. 선생은 지금까지 소설을 쓰며 축적해 온 방대한 지식과 견식을 바탕으로 "왜 이런 어리석은 나라가 되어버렸는가"라는 질문을 파고듭니다. 여기서 '어리석은 나라'란 러일전쟁이 끝난 1905년부터 1945년 패전까지의 일본을 말합니다. 선생은 이 40년을 '이태(異胎)의 시대', 즉 정상적인 역사의 흐름에서 벗어난 시대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메이지, 에도, 전국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며, 왜 일본 역사의 흐름 속에 그토록 비정상적인 시대가 나타났는지 고찰합니다.
30년 전 선생의 급서로 중단되었던 이 탐구를 2026년을 사는 우리야말로 지금 다시 읽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왜 이런 어리석은 나라가 되었는가"라는 물음은 결국 "왜 일본은 19세기부터 20세기에 걸쳐 일어난 기술·군사 혁명에 대한 대응을 그르쳤는가"라는 질문으로 치환되기 때문입니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을 넘어선 기술 혁신을 불러왔고, 19세기에 들어서는 내연기관(엔진)이 실용화되었습니다. 서구 열강은 이를 통해 공업화를 가속하며 국력을 키웠습니다. 이와 병행하여 신분제를 타파하고 '국민 국가'를 형성해 국가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공장처럼 탈바꿈시켰습니다.
일본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
서구 열강은 이 강력한 힘으로 일본을 집어삼키려 했고,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 대응했습니다. 부국강병 정책으로 독립을 지켜내려 했던 노력은 1905년 러일전쟁 승리까지는 주효했다는 것이 시바 료타로의 견해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부터 일본은 '이태의 시대'로 진입하며 어리석은 전쟁을 시작했고, 결국 패전으로 치달았습니다.
제 나름대로 그 이유를 정리해보자면, 일본은 20세기 초 과학과 화학 중심의 기술 혁명, 육해를 넘어선 하늘까지 포함한 3차원적 총력전, 그리고 석탄에서 석유로의 에너지 전환이라는 변화를 읽지 못했습니다. 화학 혁명을 따라잡았다면 굳이 철강 등 중후장대 산업에 집착하며 서구 열강과 식민지 경쟁을 벌일 필요도, 미국·중국과 전쟁을 벌일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기술 혁명에 대한 대응을 그르치면 사회는 파괴되고 수백만 단위의 인명이 희생됩니다. 시바 료타로 자신도 이를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그는 전차대 장교로 종전을 맞이했는데, 당시 일본군 전차가 기술적으로 열세하여 '달리는 관'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소련의 참전이 조금만 빨랐어도 자신의 부대가 만주 벌판에서 소련제 철갑탄에 꼬챙이처럼 꿰여 죽었을 것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다시 AI 혁명의 입구에 서 있다
지금 우리는 AI 혁명이라는, 산업혁명 이래 최대라 불리는 기술·군사 혁명의 시대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양자 수준의 과학이 사회를 바꾸는 지금, 대응을 그르치면 과거의 패전에 필적하는 불행이 초래될지도 모릅니다. 이를 피할 길은 과거의 역사에서 배우는 것뿐입니다. 지금 『이 나라의 형상』을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책은 합리주의로 무장한 '리얼리즘'의 중요성을 가르쳐 줍니다. 선생이 말하는 리얼리즘이란, 자신과 주변 세계를 향해 냉철한 시선과 지성을 유지하며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는 자세입니다. 그는 일본인이 역사와 함께 길러온 이 리얼리즘을 높게 평가했는데, 그 정신적 모체가 바로 '무사'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 리얼리즘을 상실했을 때 '이태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선생은 리얼리즘 상실의 원인을 일본인의 본질에서 찾습니다. 첫째는 '들뜨기 쉬운 성질'입니다. 러일전쟁 승리 때 발현된 이 들뜬 열기는 가라앉지 못하고, 군중의 열기가 참모본부에 축적되어 국가적 망동의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둘째는 '긴 것에는 감겨라'는 정신입니다. 이는 강자의 위세를 빌려 오만해지며 스스로 강자가 된 듯 착각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더 무서운 점은, 자신이 따르던 강자가 없어지면 분수를 모르고 폭주(夜郎自大)하다가 결국 파멸한다는 것입니다. 선생은 군 학교 엘리트 참모들이 리얼리즘을 잃고 천황의 통수권을 사유화하여 나라를 멸망시킨 과정을 분노하며 반복해서 기술했습니다.
AI 혁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 나라의 형상』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AI 혁명에 대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국제질서 속에서의 처신입니다. 산업혁명이 제국주의를 낳았듯, AI 혁명은 새로운 국제 체제를 가져올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국민 국가의 개념이 이미 크게 변용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는 '국가와 국민이 단일체'라는 낡은 전제에서 외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국가 간 외교를 넘어, 국민 간의 교류와 외교가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교육입니다. 과거 공장화 사회에서는 계산력, 번역력, 기억력이라는 '지(知)'의 능력이 중요했지만, 이제 '지'의 영역은 AI가 대체합니다. '지'의 가치가 하락하는 대신, 인간만의 '정(情)'과 '의(意)'의 가치가 상승합니다. 앞으로는 어떤 감정과 의지를 함양하고 충족시켜야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지 연구해야 합니다. 『이 나라의 형상』 속 와타나베 간베에처럼,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우등생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조사하며 스스로 결단하고 책임지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이는 일본인이 발휘하는 리얼리즘의 지표인 '스피드'와도 연결됩니다. 일본은 리얼리즘을 잃고 전례주의, 형식주의, 책임회피에 빠져 있을 때 속도를 잃었습니다.
『이 나라의 형상』은 세금 사용법부터 국가의 형태, 일의 보람에 이르기까지 AI 혁명 시대에 대응해야 할 수많은 힌트를 줍니다. 지금이야말로 이 책을 들고 우리의 앞날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역자 주
이태(異胎)의 시대(1905~1945): 1905년부터 1945년까지의 일본을 지칭하며, 정상적인 역사의 흐름에서 벗어난 시기를 뜻함.
저자 | 이소다 미치후미
이소다 미치후미는 1970년 일본 오카야마에서 태어나 게이오기숙대학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고문서를 철저히 추적해 과거의 구체적인 삶을 복원해내는 독보적인 연구 방식으로 ‘역사의 탐정’이라 불리는 그는, NHK 인기 역사 프로그램 <영웅들의 선택> 진행자로서 역사의 분기점에서 인물들이 내린 선택을 현대적 관점으로 분석해 대중과 지식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대표 저서로는 『무사의 가계부』, 『무사의 일본인』, 그리고 유일한 한국 번역본인 『천재로부터 일본사를 다시 읽다』 등이 있습니다.
옮긴이 | 이상우
경희대학교 일본어학과 4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AI가 촉발한 거대한 기술적·사회적 전환기를 마주하며 급변하는 미디어 생태계와 시대의 흐름에 다각도로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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