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81

중동발 복합 위기에 대한 한국과 일본 언론의 프레임 비교 분석 1. 들어가며 국제 정치적 격변 상황에서 언론의 보도 태도는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해당 국가가 처한 지정학적 트라우마와 정치적 지향을 뚜렷하게 반영한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 불거진 전격적인 대이란 군사 개입과 이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에너지 안보 위협'과 '동맹의 딜레마'라는 공통의 거대한 위기를 안겼다. 그러나 이 외부의 충격을 내부의 독자들에게 해석하고 재현(Representation)하는 미디어의 프레임은 양국의 정치·사회적 맥락에 따라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본고는 우선 한국 주류 언론이 중동 위기를 진영 논리에 따라 분할하여 소비하는 프레임의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할 것이다. 나아가 이 한국적 미디어의 분석 틀을 일본 미디어의 .. 2026. 6. 24.
짜여진 정변: 미 「마두로 타도 계획」의 심층 베네수엘라 공격 후 기자회견에 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2026년 1월 3일 / 사진: 로이터·아프로 (월간 『세계(SEKAI)』 2026년 3월호)글 | 이타카 히로아키 (저널리스트) 옮긴이 | 신세명출처 | 『세카이』 2026년 3월호 국제 질서를 어지럽히고 파괴하는 횡포가 활개 치는 암울한 세상에 새해 벽두부터 어처구니없는 폭거가 더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제1기 집권기부터 노려왔던, 원유 확정 매장량 3,030억 배럴을 자랑하는 산유국 베네수엘라를 마침내 굴복시켰다. 1월 3일 새벽, 수갑을 채운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63)의 거구를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69)와 함께 미 마약단속국(DEA) 요원들이 둘러싸고 헬리콥터로 연행했을 때, 국제사회.. 2026. 6. 24.
울산의 산업 현실에서 바라본 이케우치 사토루의 탈원전 담론 비판 1. 들어가며 원자력 발전(이하 원전)의 등장은 인류의 에너지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재편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창출하는 원전은 국가 경제의 하부구조를 지탱하는 핵심 동력원이다. 한국 최대의 산업 도시인 울산광역시 역시 이러한 원전 생태계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받으며 대한민국의 고도성장을 견인해 왔다. 그러나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지속해서 담론장을 점유해 왔다. 물리학자 이케우치 사토루는 저서 《원자력 발전과 새로운 신화》를 통해 원전 추진 세력의 논리를 ‘날조된 신화’이자 ‘거짓된 선전’으로 규정하며, 원전이 지닌 근원적 위험성과 전면 폐기의 당위성을 강력히 주장한다. 이케우치 사토루의 비판은 과학 기술이 짊어져야 할.. 2026. 6. 24.
AI 시대, 인문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AI 시대, 인문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실리콘밸리의 ‘퍼지(Fuzzy)’ 논쟁을 통해 본 대학의 시장화와 인문학의 본령 1. 들어가기: "인문학은 병행하면 되는 것" — 취업 사관학교가 된 대학과 낡은 휴머니즘 문법 "기업이 원하니까 공학이나 자연과학 분야를 공부하면서 (인문학은) 병행해도 되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학생이 4년, 대학원 과정까지 공부할 필요가 과연 있느냐. 기업 필요에 따라서 학과의 재조정도 있어야 한다."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안동대를 찾아 던졌던 이 발언은, 한국 사회가 인문사회과학을 바라보는 극단적인 도구주의와 천박한 시선을 그대로 드러낸다. 대학의 존재 이유를 오직 '기업 맞춤형 인재 양산'으로 규정하는 시각 속에서 당장 이윤이나 기술을 창출하지.. 2026. 6. 24.
독서의 문턱을 낮추다: 영화 「빛나는」으로 본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1. 들어가며: 읽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같은 경험인가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수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전자책과 오디오북, 인공지능 음성 서비스까지 등장하면서 정보 접근의 장벽은 상당 부분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최근 김금희의 『첫 여름, 완주』가 오디오북 형태로 가장 먼저 공개되고, 배우 박정민이 시각장애를 가진 부모의 경험을 바탕으로 출판사 무제를 설립해 누구나 접근 가능한 책 만들기에 나선 사례는 독서가 단순히 활자를 읽는 행위가 아니라 누구나 동등하게 누려야 할 문화적 권리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곧 정보의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각장애인에게 책은 여전히 쉽게 손에 닿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새로운 디지털 환경은 또 .. 2026. 6. 24.
경계에 선 디아스포라의 멜로디: 재일제주인 3세 PM케노비의 음악 경계에 선 디아스포라의 멜로디: 재일제주인 3세 PM케노비의 음악 # 들어가기: 국경과 세대를 넘나드는 디아스포라의 가시화할아버지 출신 제주도じいちゃん出身済州島나는 가본 적이 없지만俺は行ったことないけど 최근 유튜브 알고리즘의 파도를 타고 홀연히 나타난 재일제주인 3세 래퍼 ‘PM 케노비(PM kenobi)’의 음악이 한일 양국의 청자들 사이에서 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SNS에서 우연히 접한 그의 트랙은 첫 소절부터 신선한 충격이었다. 붐뱁과 트랩을 넘나드는 세련된 힙합 비트 위에 얹어진 로우파이(*Lo-Fi, Low Fidelity의 약자로 음질이 낮고 잡음이 많은 곡)한 감성, 그리고 그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제주 4·3’과 ‘이주사’라는 묵직한 역사적 키워드의 이질적인 조화는 귀를.. 2026. 6.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