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 줄무늬 (Climate Stripes)는 지구 평균기온의 변화를 색상으로 표현한 시각화 자료이다. 파란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화할수록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했음을 의미한다. 출처: Ed Hawkins(University of Reading), Climate Lab Book
기후 재생을 위하여
제40회 대담: 「1.5℃」를 넘어선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글 | 다카무라 유카리(高村ゆかり) × 에모리 세이타(江守正多)
옮긴이 | 이다인
출처 | 『세카이(世界)』 2026년 3월호
30년 동안 변화한 것
다카무라 유카리 (이하 다카무라):
지난해 11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제30차 당사국총회(COP30)는 파리협정 채택 1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해 ‘전환점이 되는 COP’로 불렸습니다. 기후변화를 둘러싼 국제 협상, 과학의 발전, 그리고 사회적 인식 등 지난 30년간의 변화를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에모리 세이타 (이하 에모리):
제가 기후변화 문제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대학생이던 1990년에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제1차 평가보고서였습니다. 마침 졸업 논문 주제를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온난화와 에어로졸의 냉각 효과가 동시에 일어날 때 지구 평균 기온은 변하지 않더라도 기온 분포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계산해 1992년 논문으로 제출했죠.
다카무라:
제가 대학원에 진학해 환경 분야 국제법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도 1992년 무렵이었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유엔 환경개발회의가 열리고 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되면서 관심이 뜨겁던 시기였죠. 저는 기술이나 자금이 부족한 국가들이 환경 보호 규칙을 어떻게 준수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오존층 보호조약 준수 메커니즘을 석사 논문으로 썼습니다. 이후 1997년 교토의정서 제도 설계에 참여하며 기후변화 협상에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에모리:
지난 30년은 기후변화가 극적으로 진행된 시기였습니다. 산업혁명 이전 대비 세계 평균 기온 상승폭은 1990년 무렵 약 0.6℃였지만, 이제는 1.4℃에 이르렀습니다.
그에 따라 과학적 평가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초기에는 온난화의 원인을 자연 변동으로도 해석할 수 있었으나, 점차 “인간 활동에 의한 온난화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확고한 표현으로 진화했습니다. 그 상징적인 사건이 바로 2021년 마나베 슈쿠로 선생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입니다. 1960년대에 물리 법칙을 바탕으로 기후를 재현하고, 이산화탄소(CO₂) 농도 증가가 온난화를 유발하는 구조를 밝혀낸 것이 현재 기후 모델의 뼈대가 되었습니다.
다카무라:
마나베 선생의 기후 모델은 국제 협상에서도 매우 높은 신뢰를 받고 있죠. 과학은 흔들림 속에서도 꾸준히 발전해 왔고, 특히 2015년 파리협정 전후 10년의 변화는 컸습니다. 확고한 과학적 근거 덕분에 국제사회가 1.5℃ 목표에 합의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기술과 사회의 변화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기술의 발전: 2013년 이후 재생가능에너지 비용이 크게 하락하면서, 인도 등 개발도상국도 기후변화 대책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협상의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인식의 전환: 기후변화를 비즈니스 리스크로 인식한 기업과 금융기관이 이를 기업 활동 전반에 포함시키기 시작했습니다.
1.5℃ 목표의 현실
에모리:
솔직히 처음 1.5℃ 목표를 들었을 때는 정치적 수사나 립서비스에 불과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IPCC 특별보고서를 통해 달성 가능성과 그 긍정적 파급 효과를 확인한 후 저 역시 인식을 바꿨습니다. 이후 “1.5℃ 억제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기적이 일어난다면 달성할 수 있으니, 그 기적을 일으켜야 한다”고 답해왔습니다. 안타깝게도 지난 10년간 아직 그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다카무라:
요한 록스트롬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소장은 충분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파리협정 이후 10년은 실패였다"는 경고성 성명을 냈습니다. 뼈아픈 지적이지만, 앞서 언급했듯 과학, 기술, 금융 분야에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에모리:
현실적으로 가까운 미래에 기온 상승이 1.5℃를 넘어서는 것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유럽의 데이터는 지난 3년 평균 기준으로 이미 1.5℃를 넘었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단 1.5℃를 넘겠지만(오버슈트), 목표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읍니다.
다카무라:
저 역시 1.5℃ 목표 하향에 단호히 반대합니다. 목표를 낮추는 순간 배출 감축 노력을 느슨하게 해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버슈트의 기간과 정도는 가능한 한 최소화해야 하며, 목표를 포기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향한 우리의 책임을 저버리는 일입니다.
에모리:
목표 유지에는 동의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이고 치열한 논의도 필요한 단계입니다. 기온을 다시 1.5℃ 수준으로 낮추려면 대기 중 CO₂를 포집하는 DAC나 지중에 저장하는 CCS 기술을 대규모로 가동해야 합니다. 하지만 전 세계 전력 소비의 약 20%가 여기에 쓰일 만큼 막대한 에너지가 요구됩니다. 과도한 기술 의존보다는 배출량 감축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미국에 휘둘리더라도
다카무라:
미국의 트럼프 정권이 기후변화협약, IPCC 등 66개 국제기구에서 국익을 이유로 탈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의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 축소 및 선진국 간의 갈등이 우려됩니다.
다만, 역설적으로 미국의 부재 덕분에 합의가 진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해 플라스틱 조약이나 선박 탄소 배출 규제 조약이 미국의 반대로 난항을 겪거나 연기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죠. 에모리 교수님, 미국의 탈퇴로 IPCC는 어떤 타격을 입고 있습니까?
에모리:
탈퇴 선언 이전부터 미국의 자금 지원은 중단되었고, 집필자 추천이나 총회 참석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모든 회원국의 논의와 승인이 필수적인 IPCC 보고서의 특성상, 차기 제7차 평가보고서는 미국의 동의 없이 발간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됩니다.
다카무라:
트럼프 정권은 과학을 경시하며 미국 사회의 기반을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면서도 차세대 지열 발전이나 핵융합 같은 특정 기술에는 확실히 예산을 배정하고 있죠. 그 선택이 옳은지는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
에모리:
미국은 기후과학을 대중의 불안을 부추기는 ‘알라밍 인더스트리(Alarming Industry, 공포를 조장하는 산업)’로 치부하며 예산을 삭감하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의 기후 정책 이탈은 조지 W. 부시 정권과 트럼프 1기 정권에 이어 벌써 세 번째입니다.
다카무라:
세 번이나 반복되다 보니, 국제사회도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긴 것 같습니다.
에모리:
미국 정치에 휘둘리면서도 그 이면에서는 과학, 기술, 기업, 금융,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기후 대응의 거대한 흐름이 흔들림 없이 전진해 왔습니다. 이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힘이 곧 정의인 시대인가?
에모리:
트럼프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기점으로 국제협조 노선이 저물고 역사의 흐름이 바뀐 듯한 위기감이 듭니다.
다카무라:
저 역시 심각하게 체감합니다. 강대국들이 전후 80년간 쌓아온 국제 질서를 아무렇지 않게 짓밟고 있습니다. 무역 보호주의, 포퓰리즘, 경제 블록화 등 과거 전쟁으로 이어졌던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후 문제뿐만 아니라 작금의 국제적 현상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합니다.
중국의 역할도 복잡한 과제입니다.
긍정적 측면: 전 세계 태양광 패널의 90%를 저렴하게 공급하며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전환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부정적 측면: 이 기술과 핵심 광물이 경제적 패권이나 외교적 무기로 쓰일 수 있다는 치명적인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이는 글로벌 차원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들에게도 매우 중대한 사안입니다.
사회는 변했는가
다카무라:
근시안적인 이익만 좇는 포퓰리즘 사회에서는 장기적인 결과가 나오는 기후변화 대책을 추진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올바른 근거를 제시하는 과학자의 역할이 중요한데, 에모리 교수님은 기후 회의론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계시죠.
에모리:
2000년대 후반 회의론이 퍼질 때만 해도 올바른 근거를 제시하면 바로잡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잘못을 지적한다고 사람들의 생각이 쉽게 바뀌진 않더군요. 각자가 믿는 세계관과 배경이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SNS에서 해양에서 배출되는 CO₂가 온난화의 주원인이라는 주장에 과학적 데이터를 첨부해 반박했더니 “당신의 과학을 강요하지 마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전문가들의 철저한 검증과 합의로 구축되는 ‘과학’의 본질 자체를 공유하지 못하는 단계로 사회가 변질된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먼 타자와 함께
다카무라:
기후 문제의 피해자는 현재의 우리만이 아닙니다.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개발도상국 주민과 미래 세대의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해결을 위해서는 ‘멀리 있는 타자’를 상상하고 이들에게 미칠 영향을 깊이 고민하는 태도가 절실합니다.
에모리:
깊이 동의합니다. 기후변화 해결의 핵심은 ‘상상력’입니다. 다만, 이 상상력을 모두에게 똑같이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의 가치관에 맞춘 유연한 설득이 필요합니다.
진보주의자에게는 '미래 세대'를 위한 당위성을 강조한다면, 보수주의자에게는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는 곧 에너지 안보이자 국익"이라는 실리적 접근을 취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다카무라:
인도의 사례처럼 개발도상국을 설득할 때도 "탄소 배출을 줄여라"라는 압박보다는 "에너지 자급률을 높일 수 있다"는 명분을 제시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에모리:
과거 해수면 상승 문제 강연 중, 남태평양 피지에서 온 유학생이 "우리는 온난화에 책임이 없는데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이 사실을 모두가 알아달라"고 호소한 적이 있습니다. 그 간절한 외침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이야말로 멀리 있는 타자를 상상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계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카무라:
‘지금 여기’의 문제를 넘어, ‘먼 타자’와 인류 전체를 아우르는 폭넓은 관점을 기후 대책의 중심에 굳건히 세워야 할 때입니다.
(인터뷰=본지 편집부/ 구성=야마카와 토오루)
[필자 소개]
다카무라 유카리(高村ゆかり)
일본을 대표하는 환경법 및 기후정책 전문가로, 도쿄대학교 대학원 공공정책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국제 환경법과 기후변화 대응정책을 연구하며, 일본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정책 수립에도 참여해 왔다. 특히 국제사회의 협력과 제도적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후위기 문제를 정책과 법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학자이다.
에모리 세이타(江守正多)
일본을 대표하는 기후과학자로, 도쿄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기후모델을 활용해 지구온난화의 원인과 영향을 연구해 왔으며, 일반 대중에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활동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기후과학자이다.
[옮긴이 소개]
이다인
경희대학교 일본어학과 4학년 재학 중이며, 일본의 사회와 문화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콘텐츠와 매체를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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