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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논평

스포트라이트 뒤의 그림자: 통일교 게이트 이면 종교 피해자의 목소리

by ideas64060 2026. 6. 23.

이미지 인용: NEWSIS (촬영: 배훈식 기자)

 

 2025년 9월 23일, 구 통일교(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한학자 총재가 구속되었다. 3,212페이지 분량의 내부 기밀문서TM 특별 보고의 유출로, 정교유착과 헌금 횡령이라는 통일교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한 총재는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 상 횡령 등 네 가지 혐의로 기소되었고, 현재까지도 재판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교단이 한·일 양국의 정치권 인사들과 형성해 온 유착 관계, 선거 개입 정황, 대규모 자금 흐름 등이 집중 조명되며 이른바 ‘통일교 게이트’는 동아시아 사회 전체의 관심사가 되었다. 그러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대부분 정치인과 종교 지도자에게 향한다. 화려한 법적 공방과 거대 권력 비리라는 담론 속에서, 정작 이 거대한 시스템을 지탱해 온 인간의 목소리는 미디어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

 

 교단이 휘두르는 초국가적 권력은, 결국 한·일 양국의 수많은 신도와 그 자녀들의 헌신과 희생 위에서 유지된다. 통일교 문제는 단순한 정치 스캔들이나 종교 비리 사건이 아니다. 그 구조적 착취 이면의 사회적 약자의 삶을 포착하지 못할 때, 언론 보도는 반쪽짜리 중계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이에 본 에세이에서는 종교 피해자들의 고립 구조와 상황, 나아가 구 통일교 사태를 바라보는 현재 양국 언론의 사건 중심적 보도 프레임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자 한다.

 

 

일본인 여성 신도와 국제합동결혼식의 구조

 통일교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통일교의 교리와 일본인 신자들의 형성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통일교의 목표는 가족 중심의 이상세계 건설이다. 교리에서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우주의 근본 원리라 여기며, 한학자 총재를 '참어머니'로 칭해 신격화하고 '효'를 실천하는 것이 인간의 가장 큰 도리라고 가르친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합동 결혼식은 서로 다른 나라 사람들을 부부로 맺고 국경과 민족의 경계를 허물어, 이상가정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의례로 여겨진다. 

 

 일본의 종교사회학자 사쿠라이 요시히데는,『 종교/젠더 이데올로기에 의한 '가족'의 구축 ― 통일교 여성 신자를 사례로 ― 』(2003) 의 초록에서 일본인 여성 신도들이 통일교를 수용하게 되는 경로에 대해 언급한다. 일본 사회에서 통일교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기계발 세미나와 운세 상담 등의 형식을 활용하여 포교 활동을 전개하였다. 교단은 신도들에게 통일교 특유의 가족관과 '참된 가정(真の家庭)' 이념을 제시, 이를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치체계로 제시하였으, 신자들은 이러한 가치관을 내면화하고 최종적인 구원의 형태로 제시된 '축복', 즉 '합동 결혼식'을 지향하게 되었다.

 

 신도들에게 있어 국제합동결혼식은 단순한 결혼 행사가 아닌 신앙 실천의 완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통일교는 일본 사회에 안정적인 신도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으며, 많은 일본인 여성 신자들이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여 한국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실제로 현재 교단의 주요 재정 기반은 일본 신자들의 헌금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한국 본부에서 진행되는 여러 종교 행사에는 대규모 일본인 신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종교 2세의 딜레마 - 자유와 상실의 경계

 통일교 피해 문제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대상은, 국제합동결혼식을 통해 형성된 가정에서 태어나 성장한 이른바 '종교 2세'들이다. 종교 2세들은 태어날 때부터 교단의 세계관 속에서 성장한다. 부모와 친척, 친구 등, 그들이 속한 공동체 대부분이 교단과 관련된 내부 인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종교는 단순한 신앙이 아니라 삶의 환경 그 자체이다. 

 

 문제는 이들이 성인이 되어 교단의 모순을 인식하더라도 쉽게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종교를 떠나는 것을 개인의 선택 문제로 생각한다. 그러나 종교 2세에게 탈교는 단순히 신앙을 포기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가족과의 관계 단절, 속해있던 공동체의 상실, 정체성 붕괴를 동시에 의미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종교 2세들은 교단을 떠난 뒤에도 극심한 죄책감과 불안감을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2025년 방영된 MBC PD수첩의 통일교 관련 다큐멘터리에서, 통일교 2세 제보자 및 관련 인물들의 제보 인터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신원이 노출될 경우 교단 내부의 압박 및 통제, 직접적인 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내는 종교 2세의 증언은, 이들이 지속적인 심리적 불안 속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오랜 기간 주입된 종교 세계관과 죄의식은 탈교 이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종교 2세 문제는 종교의 자유 차원을 넘어 인권과 사회 복지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언론은 종종 이들을 단순한 사건의 주변 인물로 다루거나, 극단적인 사례만을 소비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종교 2세들이 겪는 일상적 고립과 사회 적응의 어려움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통일교의 불법 행위와 사회적 책임은 분명히 규명되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를 단순히 '사이비 종교'와 '맹목적인 신도'의 구도로만 소비할 경우, 신도 개개인이 처한 복잡한 사회적·심리적 맥락은 가려질 수 있다. 그 결과 피해자들 역시 교단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거나, 도움이 필요한 존재가 아닌 책임을 져야 할 존재로 인식될 위험이 있다.

 

 

종교 2세의 다양성과 언론의 재현

 교단을 떠난 뒤 불안감에 시달리는 이들이 있는 반면, 교단에 남아 신앙을 유지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이러한 차이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통일교 2세 조직 N.A.B.I.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022년 아베 신조 전 총리 피격 사건1) 이후 일본 사회에서 통일교에 대한 비판 여론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N.A.B.I.는 집회와 온라인 활동을 통해 교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반박하고 한학자 총재를 옹호하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발신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처럼 교단 안에서도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종교 2세 문제는 이처럼 다양한 경험들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현실 속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활동이 교단의 이해관계와 밀접하게 연결된 조직적 활동인지, 혹은  종교 2세들의 자발적 의사 표현인지를 외부에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언론은 이들의 활동을 단순한 교단의 선전으로 치부하거나, 반대로 종교 2세 전체의 목소리로 일반화해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어떠한 환경 속에서 신앙을 유지하게 되었는지, 또 다른 종교 2세들의 경험과는 어떠한 차이가 존재하는지를 함께 조명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청년 신도들이 왜 그러한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에 어떠한 조직적 통제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질문해야 한다. 사건의 표면적 현상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의 권력 구조를 분석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1)   아베 신조 전 총리 피격 사건의 피의자인 야마가미 데쓰야는 통일교 2세. 어머니의 종교 심취 문제로 아버지와 형은 자살, 과도한 헌금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의 범행 동기는 아베 신조가 일본에 통일교를 확산시켰다는 믿음. 이후 일본 사회에서 통일교의 사회적 이미지는 크게 악화되었고, 비판 여론 또한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정치 스캔들 위주 보도의 한계

 현재 한국과 일본의 주요 언론은 통일교 문제를 주로 정치·사법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정치인과의 유착 관계, 교단 자산 동결 여부, 해산 명령 가능성, 수사 진행 상황 등이 대표적인 보도 주제이다. 이러한 보도는 사회적 책임 규명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동시에 피해자의 삶과 회복 문제는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종교로 인해 경제적 파탄을 겪은 가정, 가족 해체를 경험한 사람들, 교단을 떠난 뒤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종교 2세들의 이야기는 정치 기사만큼 주목받지 못한다. 나아가 과거 미디어는 종종 사이비 종교 피해자들을 조롱이나 호기심의 대상으로 소비해 왔다. ‘왜 그런 종교에 빠졌는가’라는 질문은 있었지만, ‘왜 그런 사람들이 표적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는 종교 피해를 개인의 어리석음으로 환원하는 시각에 가깝다. 사이비 종교 피해자들의 문제는 개인의 판단력 부족으로 설명될 수 없다. 오히려 사회적 고립, 경제적 불안, 가족 문제와 같은 취약성을 이용한 계획적이고 악질적인 착취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언론 역시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구경거리로 소비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와 구조적 문제를 함께 조명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피해자들의 경험과 회복 과정에 주목하는 보도도 점차 등장하고 있다. MBC PD수첩의 통일교 관련 다큐멘터리에서는 정치권과 교단의 관계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종교 2세들의 경험과 증언을 직접 담아내고 있다. 필자가 번역한 일본 시사 잡지 『세카이』의 기사 「잠입르포 한국 구 통일교의 일본인 여성 신자들」 역시 정치적 논란 자체보다 일본인 여성 신자들과 그 가족들의 삶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도는 한국의 일부 탐사보도 프로그램과 장기 취재 기사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들 역시 종교 피해를 개인의 일탈이나 실패가 아닌 구조적 문제로 조명하며 피해자들의 삶을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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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이러한 시도가 아직 언론 보도의 주류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종교 피해 문제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치·사법적 책임 규명과 함께 피해자들의 경험과 회복 과정 역시 지속적으로 기록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증언들은 통일교 사태가 단순한 정치 스캔들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과 가족, 정체성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사회 문제임을 보여준다.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공론장에 전달할 때, 종교 피해에 대한 사회적 이해 또한 한층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림자 속 목소리를 비추기 위하여

 통일교 사태가 우리에게 남긴 질문은 단순히 특정 종교 단체의 위법성과 책임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왜 수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구조 속으로 유입되었는지, 그리고 왜 그 피해가 오랜 시간 사회적으로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언론이 정치인과 종교 지도자의 유착 문제만을 추적한다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침묵과 무관심 속에 남겨질 수밖에 없다. 진정한 저널리즘은 권력 구조를 감시하는 동시에,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공론장으로 끌어내는 역할 또한 빠짐없이 수행해야 한다.

 

 우리는 과연 종교 피해를 개인의 선택 실패로만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취약성을 이용한 구조적 착취의 결과로 이해할 것인가. 언론은 정치 스캔들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너머로 드리워진 길고 어두운 그림자를 바라봐야 한다. 그 그림자 속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달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오늘날 저널리즘이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중요한 책무일 것이다.

 

 


[ 참고문헌 ]

櫻井義秀 -「宗教/ジェンダー・イデオロギーによる『家族』の構築―統一教会女性信者を事例に」|『宗教と社会』 제9호, 2003.

MBC [ PD수첩 ] 통일교 1부 - 신이 된 어머니, 홀리마더 한(https://www.youtube.com/live/OlNbnyhb0QU?si=nJ87YJ_j_D1BhGE0)

岡本有佳 - 「 潜入ルポ 韓国·旧統一教会本部の 日本人女性信者たち 」 |『世界』2026.03.

 

 


[ 글쓴이 ]

문예인

경희대학교 일본어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며, 한일 사회문제 전반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