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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디어 번역과 해제

해외 시장 확대와 세로 읽기 만화의 성장… 기로에 선 만화 업계

by rladntjq03 2025. 6. 15.

 

눈부신 호황의 이면에서, 만화 업계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격렬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네 가지 핵심 포인트를 짚어보려 한다.

 

1. 해외 시장의 본격적인 확대

일본 정부가 ‘쿨 재팬’ 전략을 내세운 지도 10년이 넘었지만, 일본 만화가 해외에서 실질적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한 것은 최근 3~4년 사이의 일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을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이 세계적으로 소비되기 시작하면서, 그 원작인 만화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이다.

특히 유럽 시장은 기존부터 기반이 있었기에 순조롭게 확장되고 있지만, 주목할 점은 북미 시장의 급성장이다. 흥미롭게도, 그 중심은 전자책이 아닌 ‘종이 만화’다. 그 배경에는 오랜 기간 일본 만화가 팬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번역되고, 불법 공유 사이트에 업로드되었던 역사가 있다. 이로 인해 해외 독자들은 디지털 만화에 대한 ‘지불’에 심리적 저항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슈에이샤의 ‘MANGA Plus’, 고단샤의 ‘K MANGA’ 등 출판사들이 직접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공식 앱을 출시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해적판 대책을 넘어서, "애니메이션 원작으로서의 만화"가 아닌, "연재 매체로서의 만화"라는 일본 특유의 만화 소비 문화를 해외에 정착시키기 위한 도전이기도 하다.

소년점프에서 연재 중인 만화 '원피스'

2. 전자화에 따른 국내 시장의 변화

한편, 일본 국내에서는 전자 만화의 비율이 꾸준히 상승해, 이미 종이 시장을 웃돌았다. 전자화는 단순한 독서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산업 구조 전반에 새로운 선택지를 열었다.

가장 큰 변화는 출판사 외의 신규 플레이어들이 만화 제작에 참여하기 쉬워졌다는 점이다. 나 역시 종합 출판사 출신이지만, 지금은 사이버에이전트 산하에서 세로 읽기 만화의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만화를 제작하려면 반드시 출판사에 들어가야만 했던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작가의 입장에서도 변화는 크다. 전통적인 잡지 연재 외에도, 전자 서점의 독점 콘텐츠, 스튜디오와 협업한 세로 읽기 작품, SNS를 통한 인지도 확보와 Kindle 다이렉트 퍼블리싱, pixivFANBOX 같은 서비스를 활용한 창작 활동 등 새로운 길이 생겼다.

한편으로는 출판사들의 존재감이 약해지는 듯 보이지만, IP(지적 재산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오히려 종합 출판사의 협상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전자 시장의 플랫폼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향후 제작자들이 플랫폼 측의 엄격한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고착될 위험성도 존재한다.

종이 시장 역시 위기다. 발행 종수는 계속 늘고 있지만, 유통을 담당하는 도매상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으며, 서점 수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종이 만화를 뒷받침하던 인프라가 무너지는 가운데, 저가의 대중 상품에서 고가의 컬렉터즈 아이템으로 바뀌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K-웹툰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3. 세로 읽기 만화의 부상과 과제

이제 많은 독자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만화를 읽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기존의 가로 읽기(횡독) 만화는 종이 중심으로 제작된 방식이었고, 점점 복잡해진 전개로 인해 라이트 유저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다. 이에 반해, 세로 읽기 만화는 보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라이트 유저를 성공적으로 끌어들였다.

한국 스튜디오들이 앞서 나갔던 초기와 달리, 최근에는 국산 세로 읽기 스튜디오들의 기술력도 크게 향상되어, 국내에서도 히트작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제작비 상승, ▲플랫폼 과점에 따른 사업 환경의 어려움, ▲해외 시장 확대의 불확실성, ▲작품 다양성 부족 등은 모두 산업 전반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지금은 투자 단계에서 성숙 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다. 과거 TV가 영화에 도전하고, 유튜브가 TV를 넘어서듯, 세로 읽기 만화 역시 ‘간편함’을 무기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간편함’에 더해, 높은 퀄리티와 독창성이 요구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독자의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하면, 세로 읽기 문화는 빠르게 소멸할지도 모른다.

 

4. 생성 AI의 가능성과 창작의 미래

마지막으로, 생성 AI의 도입이다. 아직 법적 문제나 창작자들의 심리적 거부감 때문에 본격적인 활용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AI가 창작에 미칠 영향은 명확하다. 회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나는 AI가 결국 창작의 기술적 부분을 상당 부분 대체하게 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사람만이 고집할 수 있는 것’이 창작의 핵심으로 남을 것이다. 인간의 고유한 시선에서 출발한 조건이 창작의 시작점이 되고, 그 조건을 구현하는 과정은 AI가 담당하며, 마지막 판단은 다시 인간이 맡게 되는… 그런 미래가 머지않아 올지도 모른다.

 

지금의 만화 업계는 수많은 기회와 과제 사이에서 줄타기 중이다. 기술, 문화, 유통, 창작 환경 모두가 변하고 있는 지금. 과연 이 산업은 또 한 번의 변화를 성장으로 이끌 수 있을까?

지금이야말로, 만화가 ‘다음 단계’로 진화할 수 있는 분기점에 서 있다.

 

 

 

*이 칼럼은 『문예춘추 오피니언: 2025년의 논점 100』 (文藝春秋, 2025)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글쓴이 김우섭

경희대 일본어학과 3학년 재학중.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며 바라보고 있다. 스포츠와 영상 산업에 종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