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타를 겸업하는 ‘이도류’로 야구계의 상식을 뒤엎어온 오타니 쇼헤이. 2024년 시즌엔 타자에만 전념하는 ‘일도류’로 나서며 상상을 초월하는 임팩트를 남겼고,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들을 써내며 다저스를 월드 시리즈(WS) 무대까지 이끌었다.
8월 23일, 탬파베이 레이스전 9회말. 오타니는 극적인 끝내기 만루 홈런을 터뜨리며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여섯 번째로 ‘40홈런-40도루’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축하의 물세례를 받은 그는 “다저스에 와서 지금까지 중 가장 큰 추억”이라고 회고했다. 하지만 최고의 결과 속에서도 “아직까지는…”이라는 겸손한 발언을 덧붙였다. 이는 끝을 모르는 오타니의 야구에 대한 욕망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었다.
그리고 9월 19일, 2023년 WBC 우승지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경기에서 오타니는 자신의 첫 3타석 연속 홈런을 포함해 6타수 6안타 10타점이라는 경이로운 활약을 펼치며, 사상 최초로 ‘50홈런-50도루’를 달성했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 하루가 될 것 같아요. 이렇게까지 치는 건 제 인생에서도 처음이라, 저 자신도 놀랄 정도입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맹활약에 미국 전역은 물론 일본 전역이 들썩였고, 고향 이와테 현에서도 호외가 배포되는 등 이례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 날은 오타니에게도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은 뜻깊은 날이었다.
“메이저리그에 온 이후로 항상 꿈꿔왔던 순간입니다. 정말 멋진 하루였어요.”라고 그는 말했다.
2023년 오프시즌, 에인절스를 떠나 자유계약선수가 된 오타니는 스포츠 역사상 최고액인 10년 총액 7억 달러(약 1,015억 엔)의 조건으로 LA 다저스와 계약했다. 이 계약엔 그의 제안으로 이례적인 조항이 포함됐다. 10년 동안 연봉을 200만 달러로 최소화하고, 2034년부터 10년간 매년 6,800만 달러씩 후불로 받는 방식이었다. 그는 이 결정을 두고, 자신의 장기적인 비전과 ‘세계 최고’를 향한 집념을 숨기지 않았다.
“야구선수로서 얼마나 더 뛸 수 있을지는 누구도 몰라요. 지금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각오를 밝혔다.
2024년 7월, 서른 살이 된 오타니. 이미 두 차례의 팔꿈치 수술을 받은 그는 앞으로 항상 정상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만약 그가 받은 고액 계약이 팀의 전력 보강에 걸림돌이 된다면, ‘이기는 야구’를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 바로 그렇기에 오타니가 자청한 연봉 후불 계약은, 승리에 대한 그의 절절한 갈망이 그대로 드러난 결정이었다.
물론 2024년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다저스 입단 직후 캠프 도중 결혼을 전격 발표하며 공사 양면에서 새 출발을 다짐한 오타니는, 3월 한국 개막전 직전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 도박 사건이라는 충격적인 악재를 마주했다. 야구계를 뒤흔든 대형 스캔들이었고, 미디어와 SNS를 통해 수많은 추측이 난무했다.
그럼에도 오타니는 3월 말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거액 자금 흐름 및 도박 관련 행위에 대해 일체 관여하지 않았음을 명확히 밝혔다. 이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지만, 시즌을 향해 다시 스타트하고 싶다”고 밝히며 사건의 혼란을 스스로 정리했다.
격동 속에서도 기록과 성과로 증명한 2024년
팔꿈치 수술, 이적, 결혼, 전 통역의 스캔들… 그 어떤 선수라도 흔들릴 만한 상황 속에서 오타니는 2024년 정규 시즌 162경기와 포스트시즌까지 완주하며 전례 없는 성과를 남겼다.
투수 복귀를 위한 재활도 병행했다. 3월 말부터 이틀에 한 번씩 투구 프로그램을 시작해, 근거리 캐치볼부터 8월 말 첫 불펜 피칭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으로 강도와 거리를 늘려갔다. 화려한 타격과 달리, 재활은 조용하고 인내의 시간이었지만, 오타니는 묵묵히 그 과정을 밟아갔다.
시즌 종료 후 오타니는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은 애견 ‘데코핀’과 아내 마미코, 그리고 주위의 서포트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혼자 있을 때보다 야구 외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덕분에 오히려 운동장에선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2025년, 다시 ‘진짜 이도류’로
2025년, 메이저리그 8년차를 맞는 오타니는 다시 ‘진짜 이도류’로 복귀한다. 두 차례의 수술 이력이 있는 만큼, 또 한 번 큰 부상이 발생한다면 투타 겸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갈림길에 놓일 수도 있다. 2024년은 타자에만 전념하며 WS까지 풀가동했지만, 앞으로는 투수 등판 일정 전후의 플레이 시간을 조절하는 등 회복 중심의 스케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저스로서도 2033년까지 계약이 남은 상황에서, 오타니의 긴 커리어를 위한 체계적인 관리와 긴밀한 소통이 핵심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2025년 시즌은 일본에서 시카고 컵스(이마나가 쇼타, 스즈키 세이야 소속)와의 개막전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재활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오타니가 고국에서 개막전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 정도 퀄리티로 캠프를 맞고, 그런 신뢰를 받는다면 저 자신에게도 큰 자신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투수로는 20승-사이영상, 타자로는 50홈런-홈런왕이라는 믿기 힘든 기대치. 과거의 상식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오타니는 늘 그 상식을 뒤엎어왔다. 30대에 접어든 그의 선수로서 전성기는 이제부터가 진짜일지도 모른다.
오타니 쇼헤이가 또 어떤 퍼포먼스로 세계를 놀라게 할지. 누구보다 본인이 스스로에게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 팬의 입장에선 가장 설레는 일일 것이다.
*이 칼럼은 『문예춘추 오피니언: 2025년의 논점 100』 (文藝春秋, 2025)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글쓴이 김우섭
경희대 일본어학과 3학년 재학중. 미디어와 대중문화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며 바라보고 있다. 스포츠와 영상 산업에 종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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