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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디어 번역과 해제

창당 70년, 자민당은 헌법 개정을 추진할 수 있을까 : 난관을 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by view7115 2025. 6. 8.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제정된 일본국 헌법 9조 1, 2항 내용 - 자민당 개헌 논의의 쟁점 (YTN NEWS, 2016.07.16 기사 내용 캡처)

 

 2025년은 일본이 전후(戰後)’라는 시간을 다시 되짚어 보기에 절묘한 해다. 2 세계대전이 끝난  80, 그리고 일본의 정권을 오랜 시간 장악해 온 자민당도 창당 70년을 맞이했다.  역사적 전환점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에 대해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이 바로 헌법 개정이다. 평화와 민주주의를 기조로 하는 현행 헌법은 일본의 패전  만들어졌고, 자민당은 창당 이래 줄곧 개헌을 당의 기본 목표로 내세워 왔다. 게다가 세계는 지금 신냉전 구조로 접어들고 있으며, 기시다 후미오(岸田 文雄) 총리는 방위비 대폭 증액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시하는 문제를 포함하여 이제는 개헌이라는 과제에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려야  때가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2024 9 자민당 총재 선거를 보면, 개헌을 향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해고 규정 개정을 포함한 정책 논쟁에서 두각을 드러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 進次) 개헌에 대해서는 부결될 위험이 있더라도 국민투표는 해 보고 싶다 말한 정도에 그쳤다. 새로 총재  총리에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石破 ) 또한 자신의 철학을 드러내기보다 당의 결론을 존중하겠다 태도를 보였다. 결국 모두가 총론 찬성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정작 중요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나 방법론,  각론 빠져 있다.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이시바 시게루 총리 (文藝春秋PLUS, 2025년 기사 화면 캡처, 사진 © JMPA)

 

  이유는 무엇일까.  단서는 () 아베 신조(安倍 晋三)  총리의 고뇌 속에 있다고 본다. 그는 조부 기시 노부스케  총리의 꿈을 이어받아 ·참의원 모두를 장악하는 일강() 체제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개헌을 위한 국회 발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아베가 부딪혔던  벽을 되돌아보자.

 

 2012 11, 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 佳彦)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선언하자 자민당 총재였던 아베의 총리 복귀는 거의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당시 필자는 아베에게  정권에서 어떤 정책을 우선 추진할 것인지 질문했다. 그러자 아베는 명확히 대답했다. “개헌은  번째입니다.” 그는 이어 위기 대응과 디플레이션 탈피의 효과를 국민이 실감한 뒤에야 비로소 도전해야  과제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아베는 1 정권  교육기본법 개정  보수 개혁을 한꺼번에 밀어붙였다가 여론의 반발을 사고 퇴진한 경험이 있다. 조부 기시  총리 역시 안보조약 개정 문제로 대규모 반대 시위를 촉발시켜, 결국 개헌 추진 분위기가 꺾인  있다. 아베가 개헌을 “3순위 밀어둔 것은 자신과 조부의 실패에서 배운 교훈 때문이었다.

 

 그런 신중함은 일강 체제를 손에 넣은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아베는 계속해서 망설였다.

 

 헌법 개정은 내각이 아닌 국회가 발의해야 하고,  다음에는 국민투표라는 높은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자민당 총재라 해도 내각의 수장인 총리가 직접 개헌안을 내걸고 추진할  있느냐는 문제는 쉽지 않다. 헌법은 총리에게  자체를 존중하고 준수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게다가 중의원 선거는 정권 선택을 위한 선거이지 개헌을 쟁점화하기에 적합한 장이 아니다. 만약 개헌을 선거 쟁점으로 내세웠다가 국민의 반발이 거세지면 정권을 잃을  아니라 개헌 자체가 불신임의 상징 되어 오히려 실현은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아베는 우회 전략을 선택했다. 2013 참의원 선거에서 얻은 압도적인 의석수를 기반으로 그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과 안보 법제 정비라는 사실상의 개헌 시도했다. 헌법 조항을 바꾸지 않고 해석을 바꾸는 해석 개헌 개헌 열기를 약화시킬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그는 상징보다는 실효를 택한 것이다.

日 아베 총리, 부친 묘 참배 후 “개헌 논의 본격 추진” (KBS NEWS, 2019.08.13 기사 내용 캡처)

 

 그러나 그는 여전히 개헌을 포기하지 않았다. 2017년에는 헌법 9 개정을 통해 자위대를 명기하고, 2020년까지  헌법을 시행하겠다는 목표를 공표했다그는 당규를 고쳐 2018 총재 3선에 성공했으나 건강 악화로 2020 퇴임했다이후 아베파 회장으로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개헌을 압박하는 입장으로 전환했지만 2023 참의원 선거 유세  총격을 받아 생을 마감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개헌이라는 난관을 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도출할  있다. 총리가 개헌에 정권의 운명을 걸겠다는 각오는 필수지만, 반대와 소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있는 자제력 그보다도  중요한 절대 조건이다.

 

 설령 국회에서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해 개헌안을 발의하더라도  과정이 강압적이고 일방적이라면 국민은  강권성을 예리하게 감지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투표에서 과반 찬성을 얻는 벽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힌트는 헤이세이기에 있다

 

  지금 일본에서 개헌이 시급한 과제인가?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제시하고, 끈질기게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가지 않는 이상 개헌 세력은 점점 약화될 것이다. 기시다  총리가 정권 말기에 개헌 논의를 갑자기 밀어붙였던 것은 애초에 무리한 시도였다. 그는 정권을 걸겠다는 각오도 없었고, 야당이나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이는 듣는  없었다.

 

 자민당이 돌파구를 원한다면, 해답은 과거 자신들이 걸어온 역사 속에 있다. 일본이 국제사회에서의 책임을 다하고 안보 체계를 강화하려 했던 헤이세이기(平成期) 자민당은  가지 중요한  정비를 실현했다.

 

 1992, 미야자와 기이치(宮澤 喜一) 정권 하에서 자위대의 해외 파병을 가능케 하는 PKO(유엔 평화유지활동) 협력법이 제정되었다. 파병  국회의 승인을 필수로 한다는 조건을 넣어 공명당과 민사당이 찬성으로 돌아섰다.

 

 1999 오부치 게이조( 恵三) 정권은 공명당의 협력을 받아 주변사태법 제정했고, 국회 승인 조항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과정에서 자민-공명 연립 정권의 기반이 굳어졌다. 2003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은 1야당인 민주당과 수정 협상을이어가며 국민보호법 제정을 약속했고,  차례에 걸친 국회 논의를 거쳐 유사시 법제 성립되었다.

 

 이처럼 권력의 폭주를 억제하고 국민의 불안을 줄이기 위한 수정이 있었기 때문에 야당 일부를 포함한 광범위한 합의가 가능했고, 이는  정비의 정착으로 이어졌다. 여당에는 독선에 빠지지 않을 포용력이, 야당에는 국제 정세를 직시하는 현실감각이 동시에 요구되었던 것이다.

 

 개헌도 마찬가지다. 국회의 합의 형성이 핵심이다. 국민투표까지 고려하면, 합의의 필요성은 일반 법안보다 훨씬 크다. 그런데 2015, 여당이 안보 법제를 강행 처리하면서 개헌 논의와 여야 협력의 기반을 동시에 무너뜨린 일은 아직도 뚜렷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최근 입헌민주당은 9월에 온건 보수·중도 노선을 대표하는 노다 요시히코  총리를 신임 대표로 선출했다. 이로 인해 개헌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보이지만, 그것을 현실로 만들  있을지는 전적으로 자민당의 자세에 달려 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도 없이 중의원을 해산했고, 자민당은 총재 선거 직전 자위대 헌법 명기와 긴급사태 대응 강화 등을 포함한 개헌 4항목을 갑작스레 발표했다. 이는 아베가 겪었던 실패와 너무나 닮은 졸속적인 시도이며,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은 과거를 잊은 망각의 정치를 보여준다. 그런 태도로는 전후 70, 80년의 역사를 극복할  없다.

 

 

 

 

 

 

* 이 칼럼은 『(문예춘추 오피니언) 2025년의 논점 100』(文藝春秋, 2025)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널리스트 ㅣ 소가 다케시(曽我 )

 

 


글쓴이 어지원 

경희대학교 일본어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며, 경영학을 다전공한다. 국제관계와 법학을 향한 오랜 관심으로 현재는 '동아시아 미디어 문화' 분야를 탐구하는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이번 차례에서는 헌법 개정 담론처럼 첨예한 정치-사회 이슈가 일본 현지 내 텍스트 안에서 어떤 프레임으로 조직되는지 탐구하였다. 일본 현대사 중 최근 관심사인 평화 헌법 9조가 잡지, 신문, 디지털 매체에서 어떻게 재해석되어 동아시아 및 국제사회의 평화의 미래를 그려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