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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논평

중국 SNS의 젠더 갈등과 감정 동원의 구조

by wumengqi 님의 블로그 2026. 6. 21.

: 중국 온라인 여성주의의 명암

4B 운동, 여성에 대한 불존중을 거부합니다. 이 이미지는 전 세계 여성들이 연대하여 남성들로부터의 부당하고 악의적인 대우에 저항하는 모습을 표현합니다. 이미지 제작자: 케이틀린 번스(Caitlin Burns).

 

들어가며: 검열 사회 속에서 피어난 중국 온라인 여성주의

   요즘 중국 SNS 보면 페미니즘 이야기가 부쩍 늘었다. 그런데 그만큼 성별 갈등도 거칠어졌다. 분석에 들어가기 전에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한다. 강력한 사상 통제와 국가 검열이 작동하는 중국에서, 과연 페미니즘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있는가.

   중국 정부는 페미니즘을 곱게 보지 않는다. '서구 세력이 심어 놓은 사상적 침투'이거나 '사회 안정을 해치는 위험 요소' 정도로 취급한다. 여성운동 진영을 '반체제' 세력으로 낙인찍는 중국 정부는 '페미니즘 백래시' 분위기 강화에 일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오쩌둥 시절에는 "여성이 하늘의 절반을 떠받친다(女能)" 구호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왔지만, 그건 국가가 주도한 여성주의였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탄압의 방향이 달라졌다. 2015 3 6, 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다섯 명의 여성이 체포되었다. 성폭력 문제를 알리는 캠페인을 조직했다는 이유였으며, "소란을일으키고 사회 질서를 교란시켰다" 혐의로 37일간 구금된 이들은 '페미니스트 파이브' 불린다. 대표적인 중국 소셜 미디어 웨이보는 최근 2주간 15개가 넘는 중국 페미니스트 활동가 계정을 잇달아 삭제했고, 영화 리뷰 플랫폼 '더우반' 최소 8개의 여성주의 이슈를 다루는 그룹을 제거했다. 이처럼 공적 영역에서의 조직적 여성 운동은 사실상길이 막혔다.

   그렇다고 열망까지 사라진  아니다.  곳을 잃은 목소리는 SNS 옮겨갔다. 오프라인 광장이 닫히자 검열을 피해가상 공간에서 살아남은 셈인데, 이를 일종의 '디지털 게릴라'라고 부를  있다.  모순적인 상황국가가 억누를수록 온라인에서  폭발하는 바로  글의 출발점이다. 웨이보와 샤오훙슈 같은 플랫폼에서 페미니즘 담론과 여성 혐오가 어떻게 진영별로 분화되고, 알고리즘이  갈등을 어떻게 증폭시키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매체별·진영별 스펙트럼: 중국 온라인 젠더 공론장의  갈래 

   중국의 온라인 젠더 갈등은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아니다. 어느 플랫폼을 쓰느냐, 어떤 성향이냐에 따라 진영이 갈리고,  진영들이 대리전을 벌인다. 크게 셋으로 나눠   있다.

   첫째는 페미니스트 당사자 그룹이다. 여성 이용자가 많은 샤오훙슈(红书) 지식인 플랫폼 지후(知乎) 거점 삼아, 비혼·비출산 담론을 퍼뜨리고 직장  성차별이나 가정폭력 문제를 공론화한다.  운동의 지지자들은 남성과 데이트하지 않고(비연애), 결혼하지 않으며(비결혼), 성관계를 맺지 않고(비성관계), 자녀를 갖지 않는다(비출산) 한국4B 운동의 중국식 변형 담론도  공간에서 유통된다. 이들이 쓰는 언어도 독특하다. 검열을 피하기 위해 동음이의어와 은어를 적극 활용하는데, 예컨대 '페미니스트' 직접 쓰는 대신 '女拳'(여성의 주먹)이라는 표현을 쓰거나, 검열 키워드를 피해 의미를 비틀어 전달하는 방식이다. 중국인들은 웨이보에서 정치적인 이야기를 아예 하지 않거나, 만약하더라도 빙빙 돌려서 말하는 경향이 있다.  말장난 자체가 검열 사회가 만들어  풍경이다.

   둘째는 안티 페미니즘·여성 혐오 집단이다. 남성 이용자 비율이 높은 게임 커뮤니티(티에바) 웨이보 일부 공간에모여, 페미니스트를 '취안스(·권투선수)' '메이궈분쯔(미국 프락치)' 규정하며 정치적으로 몰아세운다. 이들 역시 검열을 피하기 위해 은어를 쓴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 같은 검열 구조 안에서 싸우고 있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중국 남성의 멸칭인 '국남'(国男) 보이는 족족 차단하면서 강간 협박이나 여성 비하 욕설은 제재하는 법이 없다는 것이 페미니스트들의 지적이다. 플랫폼의 이중 잣대가 갈등을  키운다.

셋째는 딱히 입장 없는 다수다. 처음엔 젠더 이슈에  관심이 없다가, 자극적인 갈등 콘텐츠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점차 감정적으로 동원되는 층이다. 이들이 결국 갈등의 규모를 키우는 연료가 된다.

 

갈등의 증폭 구조: SNS 알고리즘과 감정 자본주의

   권리 주장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어쩌다 막말 싸움이 됐을까. 결정적인  플랫폼의 상업적 알고리즘 구조다. 웨이보든 도우인(抖音)이든, 결국 조회수와 체류 시간으로 먹고산다. 말하자면 '감정 자본주의'.

   알고리즘은 일찌감치 학습했다.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글이 제일  퍼진다는 . 그래서 페미니스트 진영의 가장 과격한 발언과 안티 쪽의 가장 자극적인 혐오 표현이 나란히 타임라인  위로 올라온다. 차분한 대화나 어중간한 목소리는 묻힌다.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에 의해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편집되고 선별된 정보를 섭렵하고,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편향된 정보를 접하는 결과 다양한 이슈에 대한 시야가 좁아진다. 사람들은 자기  논리만계속 보다가 에코 챔버(반향실) 갇힌다.

   여기에 트래픽(流量) 노린 마케팅 계정(营销号) 불을 지른다. 영업용 마케팅 계정(营销号) 논란 조성과 트래픽확보를 위한 도구로 자리 잡았으며,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알고리즘 추천 하에서 동일 유형의 콘텐츠가 유사한 관심사를 지닌 이용자 집단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전파 효과를 더욱 강화한다. 분노를 콘텐츠로 만들어 돈을 버는 구조다.  심각한 , 중국 당국이 자국 빅테크 업체들의 알고리즘 원리를 파악하며 공산당에 유리한 콘텐츠의 노출도를높일  있는 지배력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 알고리즘은 플랫폼 기업의 돈벌이와 국가의 통제 논리가 동시에 작동하는 공간이다.  갈등을 두고 "요즘 사람들이 너무 극단적이다"라고 개인 탓을  일이 아니다. 플랫폼이  벌려고싸움을 설계하고 방치하는, 구조의 문제다.

 

· 온라인 젠더 담론의 교류와 수용: '메갈리아' 프레임의 초국적 변형

   중국 온라인 여성주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하나 있다. 한국 것을 상당 부분 들여왔다는 점이다. 메갈리아·워마드의미러링 전략, 비혼·비출산 구호, 탈코르셋과 4B 운동까지 SNS 타고 거의 실시간으로 번역돼 해시태그로 돌았다. 4B 운동은 2017년에서 2019 사이에 트위터와 워마드 사이트에서 시작되었으며, 이후 해외로도 확산되었다. 중국 여성네티즌들은  구호들을 자신들의 언어로 번역해 샤오훙슈와 웨이보에 퍼뜨렸다.

   그런데 들어오는 과정에서 묘하게 변형됐다. 한국에서는  가산점이나 취업 경쟁처럼 손에 잡히는 제도적 불평등을두고 싸웠다. 탈코르셋 운동,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각성한 청년 여성들의 안전에 대한 요구, 미투 운동, 스토킹과 교제폭력에 대응하는 입법 요구  구체적인 사회 제도적 변화를 향한 운동이 '페미니즘 리부트' 시간을 열었다. 반면중국에서는 이러한 제도 비판이 국가 검열에 의해 원천 차단된다. 그래서 한국에서 건너온 급진적 구호들은, 중국 내부의 가부장적 결혼 문화결혼할  남자 쪽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관행 일상의 혐오에 대한 '날것의감정적 반발'로만 소비되는 경향이 강하다. 제도를 바꾸자는 공적 요구가 아니라, 감정의 배출구로 기능하는 것이다.

   반대편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과격한 사례를 가져와 " , 한국처럼 중국 페미니즘도 나라를 망친다" 식으로 낙인찍는 프레임 전쟁을 벌인다. 한국이 K-, K-드라마, K-뷰티에 이어 이제는 K-페미니즘까지 수출하고 있다는 말이나올 정도로, 한국의 젠더 갈등은 일종의 수출품처럼 중국 온라인 지형을 흔들었다. 다만  수용 방식은 각자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단순한 '수입' 아니라 '전용(转用)' 가깝다.

 

나가며: 감정의 독점을 깨고 이성적 공론장으로

   지금 중국 SNS 뒤덮은 혐오와 갈등은, 국가에 막혀   잃은 대중의 에너지를 플랫폼이 장사 밑천으로 빨아들인결과다. 페미니즘이라는 소중한 가치가 알고리즘의  계산과 엉키면서, 원래 있던 연대와 해방의 메시지는 흐려지고 서로 헐뜯는 일만 남았다. 이러한 현상은 매우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네티즌 각자 알아서 자정하자" 말로는 부족하다.  문제는 개인의 도덕적 타락이 아니라, 국가의 방관과 플랫폼의 탐욕이 결합된 공적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갈등을 부추기는 콘텐츠에 대해 플랫폼 기업에 알고리즘 책임을 물어야 하고, 무엇보다 젠더 문제를 적과 아군의 싸움이 아니라 사회 구조를 고치자는 공적논의로 끌어와야 한다.

   중국에서  유학생 입장에서 보면, 한국과 중국이 앓고 있는 젠더 갈등의 병리는 생각보다 많이 닮아 있다. 플랫폼이 분노를 먹고 자라는 구조, 알고리즘이 극단을 밀어올리는 방식, 그리고 정작 목소리를 내야  사람들이 에코 챔버 안에 갇혀 서로를 향해 소리치는 모습까지. 결국 답은 사람한테 있다. 양국 청년이 알고리즘에 끌려다니지 않고서로의 사정을 헤아리는  디지털 시민성이야말로  나라가 함께 앓는  시대 젠더 병리의  처방이  것이다.


글쓴이 WU MENGQI

경희대학교 일본어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며, 동아시아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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